지은이(옮긴이) | 신원봉 지음 |
카테고리 | 점성/주역/풍수 |
펴낸날 | 2002.02.07 |
쪽수 | 252p |
가격 | 11,000원 |
윷을 만든 사람은 道를 알고 있었으리라!
윷의 위가 둥근 것은 하늘이요, 아래가 네모난 것은 땅이니,
한 번 뒤집히고 한 번 잦혀짐에 따라 하늘과 땅이 판가름난다.
넷을 사용하는 것은 땅의 수數요,
다섯을 가는 것은 하늘의 수다.
넷과 다섯이 서로 곱해져 오행五行이 움직이며
사시四時가 이루어진다. 음양陰陽이 갈마드는 것이 하늘의 道로서, 한 물건에도 지극한 이치가 깃들어 있다……
- 김문표의 柶圖說
"나는 점占에서 길흉이나 수數보다는 그것으로 유추해 낸 덕德을 중시한다." - 공자
중국의 윷점 책『영기경』의 뿌리인 우리의 윷은 단군시대의 桓易을 대중화시킨 민중의 易이다
‘윷’이라 하면 일반인들은 흔히 정월 초하룻날 둥그렇게 모여 앉아 즐기는 윷놀이를 생각하지만, 윷의 기원이 한 해의 흉풍(凶豊)을 점치는 윷점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최남선에 의하면, 윷은 본래 고산지대 사람들과 저지대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한 해 흉풍(凶豊)을 예측하기 위한 데서 출발했으나 후세에 이르러 그 본뜻을 잃고 놀이로 변질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렇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과연 윷으로 어떻게 점을 쳤으며 그 구체적 내용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여기에 대해서는 물론 유득공이 『경도잡지』에 쓴 기록이 남아 있으나 내용도 소략하고 논리도 잘 통하지 않아 일반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윷에 대해서는 또 하나 일반인들 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윷이 중국의 저포(樗蒲)로부터 왔다는 관점이다. 이 관점의 뿌리는 매우 깊다. 조선시대 학자들은 거의 대부분 윷이 중국의 저포로부터 왔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물론 조선조 지식인들의 중화(中華)적 사고에 기인된 것이겠지만 지금까지도 이 관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윷은 원래 우리 고유의 놀이가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윷경』은 일반인과 지식인들 사이에 만연된 이런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책이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 윷의 원래 기원이었던 윷점의 구체적 내용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부는 해제 부분으로, 윷의 기원과 철학 그리고 그 구체적 활용법에 대해 철저한 자료고증을 바탕으로 살펴보면서, 이 과정에서 2부에 번역 첨부된『영기경(靈棋經)』이란 책이 사실은 윷에 관한 경전임을 밝힌다. 그리고 2부는 바로 이 경전에 상세한 역주를 달아 번역한 부분이다.
해제 부분에서는 먼저『영기경』이란 책이 우리의 윷점에 관한 책임을 논증한다. 그 근거로서 중국인들 자신도 이 책의 유래에 대해 정확히 모르며, 또 이 책에서 말하는 ‘영기(靈棋)’라는 것이 그 숫자나 형태에서 바로 윷의 변형이라는 점을 든다.
『영기경』은『사고전서(四庫全書)』와『도장(道藏)』에도 실려있는 고전으로, 중국에서는 단지 이 책이 오래전부터 전해져 온 것이며, 또 아주 영험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소위 ‘영기(靈棋)’ 12개를 사용하는데, 각기 세 그룹으로 나눠 4개의 영기에다 각각 ‘상’ ‘중’ ‘하’를 새겨 사용한다. 그런데 영기 12개를 한 번에 던져 하나의 괘를 만드는 것은 우리 풍속에 윷을 세 번 던져 점을 치는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4개 또는 12개를 던지는 놀이나 점의 형태가 없기 때문에 이 책은 우리의 풍속이 중국으로 전해져 약간의 변형을 거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영기경』은 바로 윷점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다.
1부 해제 부분에서 두 번째로 집중적으로 다룬 것은, 흔히 알고 있듯 윷이 중국의 저포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점을 밝히기 위해 중국측 자료를 통해 저포의 유래와 역사를 살펴보고, 그 결과 저포는 윷가락과는 달리 가락이 다섯 개이며, 또 윷과는 달리 이미 당대(唐代)에 이르러 거의 소멸된 풍속임을 살펴본다. 윷이 중국의 저포를 받아들여 개조한 것이 아님을 주장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인 셈이다.
이어 좀더 확실한 단서를 얻기 위해 아메리카 인디언의 풍속을 살펴본다. 그 결과 북아메리카의 풍속 뿐 아니라 남미의 파톨리(Patolli) 게임과 그것의 원류인 마야의 불(Bul) 게임에 이르도록 윷의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음을 확인한다. 그 결과 윷은 이미 중국문화의 차원을 넘어 그 유래가 까마득한 선사시대로까지 소급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것을 다소 논의의 소지가 남아 있는 고대사의 최고(最古) 기록인『태백일사』에서도 확인한다.『태백일사』에 의하면 윷은 단군시대 우리 고유의 역(易)인 환역(桓易)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만든 소위 민중의 역(易)이다.
세 번째로 송경(松京)의 학자였던 조선시대 김문표(金文豹)의 관점을 통해 윷에 녹아 있는 우리의 옛 사상을 검토한다. 먼저 윷판에 녹아 있는 천문학적 지식과 음양의 철학을 살펴보고, 이것을 바탕으로 윷이『주역』과는 달리 하늘의 역(易)임을 살핀다. 그리고 실제로 후반부에 번역된 내용을 통해『윷경』이 양(陽) 중심의 광명(光明)을 중시하는 역(易)임을 확인한다. 아울러 하늘의 역(易)인『윷경』과 땅의 역(易)인『주역』외에 3의 역(易)의 흔적인『태현경(太玄經)』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2부의 괘풀이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윷을 세 번 던져 나온 125개 괘에 대한 괘명(卦名)이며, 둘째는 이들 괘를 풀이란 상사(象辭) 및 각 시대 주석가들의 주해(註解)이다. 그리고 셋째는 이와 관련된 한 수의 고시(古詩)이다. 예를 들어 제1괘, 즉 <도-도-도: 윷을 세 번 던져 모두 도가 나올 때>의 괘명은 “크게 통하는 괘”이며, 이것은 다시 “위로 오르는 모습”이라 부연설명 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 괘의 상사(象辭)가 이어진다.
“상(象)에서 말한다.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도중에 쓰러짐이 없다. 낮은 데서 시작해 높이 올라 마침내 부귀를 누리게 될 것이니, 멀리 길을 떠나는 것이 좋으며, 몸을 엎드려 자신을 숨기는 것은 불리하다.”
다음으로는 여기에 대한 기존의 주석이 첨부된다. 모두 네 사람의 주석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것은 유백온(劉伯溫)의 주해이다. 이 부분은 유백온 자신이 직접 쓴 것이라 인정되고 있다. 제1괘에 대한 유백온의 해석은 이렇다.
“작은 것에서 큰 것에 이르니 양(陽)이 차츰 자라기 시작하는 것이다. 세 사람이 동행하니 마땅히 나들이를 나가는 것이 좋다. 웅크리고 숨기는 것은 불리하니, 그 도(道)가 밝고 빛나기 때문이다. 이 괘는 셋 모두 양(陽)이며, 소양(少陽)으로서 이제 막 자라나는 모습이기에 작은 것에서 큰 것에 이르는 것이 되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된다. 점을 쳐 이 괘를 얻으면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거나, 명예나 이익을 얻는 데 모두 길하다. 소송에 임하는 자는 마땅히 공적인 마음으로 바른 것을 구해야 한다. 길 떠난 사람은 길하나 돌아오지 않는다. 음모나 뒷거래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되며, 병자는 바깥에 나가 (액을) 피하는 것이 길하다.”
마지막으로 한 수의 고시(古詩)가 첨부된다. 짤막한 한 수의 시를 통해 전체 괘의 이미지를 다시 압축한다. 제1괘의 예를 들면 이렇다.
표범이 털을 갈아 무늬가 아름답고
용(龍)을 타니 복이 절로 이른다
빈 몸뚱이로 부귀를 이루니
어떤 일이든 새롭지 않으리
2부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볼 때 언어가 직설적이고 간명해 알기 쉽다.『주역』의 구절처럼 난삽하지 않다. 일반백성을 위해 쉽게 풀어놓은 역(易)이란『태백일사』의 설명을 생각나게 한다. 매 구절마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조화가 강조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하늘의 양(陽)이 부각된다. 우리의 광명 숭배사상과 잘 연결되는 부분이다. 매 구절 쉽고 평이하지만 삶의 지혜가 녹아 있어『주역』처럼 철학서로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윷은 비근하고 가시적인 것이기에 우리 고대문화를 연구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이것을 붙들고 조심스레 당기다 보면 이외의 것이 끌려올 수 있다. 이렇게 끌려오는 것들은 윷이 구체적인 것인 만큼 그 내용도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것이 될 수 있다. 수많은 논의를 야기시켰던『한단고기』열풍을 지나 이제 우리 고대문화에 대한 좀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덕목으로 꼽을 만하다.
차례
제1부 『영기경靈棋經』은 『윷경』이다
1. 윤선도의 증손, 윤두서
2. 『영기경靈棋經』과 『윷경』
3. 윷은 중국의 저포樗蒲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다
4. 윷이 먼저냐 저포가 먼저냐
5. 윷놀이는 신神의 뜻을 묻는 아주 오래된 종교의식
6. 인디언과 마야족의 윷놀이
7. 윷놀이는 천부경天符經의 대중화
8. 윷판은 천문도天文圖이다
9. 윷점과 주역의 64괘
10. 하늘의 역易, 땅의 역易
11. 3의 철학
12. 『윷경』의 활용
제2부 『영기경靈棋經』풀이
1. 『영기경靈棋經』을 읽기 전에: 『영기경靈棋經』의 구성과 주해註解
2. 사고전서총목제요四庫全書總目題要의 『영기경靈棋經』해제
3. 서문序文
4. 영기 만드는 법
5. 점치는 의식
6. 괘풀이
7. 後序
8. 판본
편역자 신원봉
1955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였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1994년)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요녕대학교 한국학과 객원교수로 근무했다. 현재 부산 성심외국어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혜강 최한기』(공저, 청계, 2000), 『최한기의 철학과 사상』(공저, 철학과 현실사, 2000)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주역강의』(문예출판사, 1987), 『역경잡설』(문예출판사, 1988), 『금강경강의』(문예출판사, 1999) 등이 있다.
중국의 윷점 책『영기경』의 뿌리인 우리의 윷은 단군시대의 桓易을 대중화시킨 민중의 易이다
‘윷’이라 하면 일반인들은 흔히 정월 초하룻날 둥그렇게 모여 앉아 즐기는 윷놀이를 생각하지만, 윷의 기원이 한 해의 흉풍(凶豊)을 점치는 윷점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최남선에 의하면, 윷은 본래 고산지대 사람들과 저지대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한 해 흉풍(凶豊)을 예측하기 위한 데서 출발했으나 후세에 이르러 그 본뜻을 잃고 놀이로 변질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렇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과연 윷으로 어떻게 점을 쳤으며 그 구체적 내용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여기에 대해서는 물론 유득공이 『경도잡지』에 쓴 기록이 남아 있으나 내용도 소략하고 논리도 잘 통하지 않아 일반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윷에 대해서는 또 하나 일반인들 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윷이 중국의 저포(樗蒲)로부터 왔다는 관점이다. 이 관점의 뿌리는 매우 깊다. 조선시대 학자들은 거의 대부분 윷이 중국의 저포로부터 왔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물론 조선조 지식인들의 중화(中華)적 사고에 기인된 것이겠지만 지금까지도 이 관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윷은 원래 우리 고유의 놀이가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발간된『윷경』은 일반인과 지식인들 사이에 만연된 이런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책이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 윷의 원래 기원이었던 윷점의 구체적 내용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부는 해제 부분으로, 윷의 기원과 철학 그리고 그 구체적 활용법에 대해 철저한 자료고증을 바탕으로 살펴보면서, 이 과정에서 2부에 번역 첨부된『영기경(靈棋經)』이란 책이 사실은 윷에 관한 경전임을 밝힌다. 그리고 2부는 바로 이 경전에 상세한 역주를 달아 번역한 부분이다.
해제 부분에서는 먼저『영기경』이란 책이 우리의 윷점에 관한 책임을 논증한다. 그 근거로서 중국인들 자신도 이 책의 유래에 대해 정확히 모르며, 또 이 책에서 말하는 ‘영기(靈棋)’라는 것이 그 숫자나 형태에서 바로 윷의 변형이라는 점을 든다.
『영기경』은『사고전서(四庫全書)』와『도장(道藏)』에도 실려있는 고전으로, 중국에서는 단지 이 책이 오래전부터 전해져 온 것이며, 또 아주 영험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소위 ‘영기(靈棋)’ 12개를 사용하는데, 각기 세 그룹으로 나눠 4개의 영기에다 각각 ‘상’ ‘중’ ‘하’를 새겨 사용한다. 그런데 영기 12개를 한 번에 던져 하나의 괘를 만드는 것은 우리 풍속에 윷을 세 번 던져 점을 치는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4개 또는 12개를 던지는 놀이나 점의 형태가 없기 때문에 이 책은 우리의 풍속이 중국으로 전해져 약간의 변형을 거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영기경』은 바로 윷점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다.
1부 해제 부분에서 두 번째로 집중적으로 다룬 것은, 흔히 알고 있듯 윷이 중국의 저포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점을 밝히기 위해 중국측 자료를 통해 저포의 유래와 역사를 살펴보고, 그 결과 저포는 윷가락과는 달리 가락이 다섯 개이며, 또 윷과는 달리 이미 당대(唐代)에 이르러 거의 소멸된 풍속임을 살펴본다. 윷이 중국의 저포를 받아들여 개조한 것이 아님을 주장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인 셈이다.
이어 좀더 확실한 단서를 얻기 위해 아메리카 인디언의 풍속을 살펴본다. 그 결과 북아메리카의 풍속 뿐 아니라 남미의 파톨리(Patolli) 게임과 그것의 원류인 마야의 불(Bul) 게임에 이르도록 윷의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음을 확인한다. 그 결과 윷은 이미 중국문화의 차원을 넘어 그 유래가 까마득한 선사시대로까지 소급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것을 다소 논의의 소지가 남아 있는 고대사의 최고(最古) 기록인『태백일사』에서도 확인한다.『태백일사』에 의하면 윷은 단군시대 우리 고유의 역(易)인 환역(桓易)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만든 소위 민중의 역(易)이다.
세 번째로 송경(松京)의 학자였던 조선시대 김문표(金文豹)의 관점을 통해 윷에 녹아 있는 우리의 옛 사상을 검토한다. 먼저 윷판에 녹아 있는 천문학적 지식과 음양의 철학을 살펴보고, 이것을 바탕으로 윷이『주역』과는 달리 하늘의 역(易)임을 살핀다. 그리고 실제로 후반부에 번역된 내용을 통해『윷경』이 양(陽) 중심의 광명(光明)을 중시하는 역(易)임을 확인한다. 아울러 하늘의 역(易)인『윷경』과 땅의 역(易)인『주역』외에 3의 역(易)의 흔적인『태현경(太玄經)』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2부의 괘풀이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윷을 세 번 던져 나온 125개 괘에 대한 괘명(卦名)이며, 둘째는 이들 괘를 풀이란 상사(象辭) 및 각 시대 주석가들의 주해(註解)이다. 그리고 셋째는 이와 관련된 한 수의 고시(古詩)이다. 예를 들어 제1괘, 즉 <도-도-도: 윷을 세 번 던져 모두 도가 나올 때>의 괘명은 “크게 통하는 괘”이며, 이것은 다시 “위로 오르는 모습”이라 부연설명 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 괘의 상사(象辭)가 이어진다.
“상(象)에서 말한다.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도중에 쓰러짐이 없다. 낮은 데서 시작해 높이 올라 마침내 부귀를 누리게 될 것이니, 멀리 길을 떠나는 것이 좋으며, 몸을 엎드려 자신을 숨기는 것은 불리하다.”
다음으로는 여기에 대한 기존의 주석이 첨부된다. 모두 네 사람의 주석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것은 유백온(劉伯溫)의 주해이다. 이 부분은 유백온 자신이 직접 쓴 것이라 인정되고 있다. 제1괘에 대한 유백온의 해석은 이렇다.
“작은 것에서 큰 것에 이르니 양(陽)이 차츰 자라기 시작하는 것이다. 세 사람이 동행하니 마땅히 나들이를 나가는 것이 좋다. 웅크리고 숨기는 것은 불리하니, 그 도(道)가 밝고 빛나기 때문이다. 이 괘는 셋 모두 양(陽)이며, 소양(少陽)으로서 이제 막 자라나는 모습이기에 작은 것에서 큰 것에 이르는 것이 되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된다. 점을 쳐 이 괘를 얻으면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거나, 명예나 이익을 얻는 데 모두 길하다. 소송에 임하는 자는 마땅히 공적인 마음으로 바른 것을 구해야 한다. 길 떠난 사람은 길하나 돌아오지 않는다. 음모나 뒷거래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되며, 병자는 바깥에 나가 (액을) 피하는 것이 길하다.”
마지막으로 한 수의 고시(古詩)가 첨부된다. 짤막한 한 수의 시를 통해 전체 괘의 이미지를 다시 압축한다. 제1괘의 예를 들면 이렇다.
표범이 털을 갈아 무늬가 아름답고
용(龍)을 타니 복이 절로 이른다
빈 몸뚱이로 부귀를 이루니
어떤 일이든 새롭지 않으리
2부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볼 때 언어가 직설적이고 간명해 알기 쉽다.『주역』의 구절처럼 난삽하지 않다. 일반백성을 위해 쉽게 풀어놓은 역(易)이란『태백일사』의 설명을 생각나게 한다. 매 구절마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조화가 강조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하늘의 양(陽)이 부각된다. 우리의 광명 숭배사상과 잘 연결되는 부분이다. 매 구절 쉽고 평이하지만 삶의 지혜가 녹아 있어『주역』처럼 철학서로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윷은 비근하고 가시적인 것이기에 우리 고대문화를 연구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이것을 붙들고 조심스레 당기다 보면 이외의 것이 끌려올 수 있다. 이렇게 끌려오는 것들은 윷이 구체적인 것인 만큼 그 내용도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것이 될 수 있다. 수많은 논의를 야기시켰던『한단고기』열풍을 지나 이제 우리 고대문화에 대한 좀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덕목으로 꼽을 만하다.
차례
제1부 『영기경靈棋經』은 『윷경』이다
1. 윤선도의 증손, 윤두서
2. 『영기경靈棋經』과 『윷경』
3. 윷은 중국의 저포樗蒲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다
4. 윷이 먼저냐 저포가 먼저냐
5. 윷놀이는 신神의 뜻을 묻는 아주 오래된 종교의식
6. 인디언과 마야족의 윷놀이
7. 윷놀이는 천부경天符經의 대중화
8. 윷판은 천문도天文圖이다
9. 윷점과 주역의 64괘
10. 하늘의 역易, 땅의 역易
11. 3의 철학
12. 『윷경』의 활용
제2부 『영기경靈棋經』풀이
1. 『영기경靈棋經』을 읽기 전에: 『영기경靈棋經』의 구성과 주해註解
2. 사고전서총목제요四庫全書總目題要의 『영기경靈棋經』해제
3. 서문序文
4. 영기 만드는 법
5. 점치는 의식
6. 괘풀이
7. 後序
8. 판본
편역자 신원봉
1955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였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1994년)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요녕대학교 한국학과 객원교수로 근무했다. 현재 부산 성심외국어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혜강 최한기』(공저, 청계, 2000), 『최한기의 철학과 사상』(공저, 철학과 현실사, 2000)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주역강의』(문예출판사, 1987), 『역경잡설』(문예출판사, 1988), 『금강경강의』(문예출판사, 199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