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관상수도자의 무아체험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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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옮긴이)  
버나뎃 로버츠 지음 (박운진)
카테고리
종교/신화/철학
펴낸날
2006.04.19
쪽수
272p
가격
10,000원



40여 년 관상생활을 해온 그리스도교 여성 수행자의 놀라운 체험

오랫동안의 관상기도를 통해 ‘하느님과의 합일’을 이루고 참자아(眞我)에 도달한 후 일상으로 돌아와 생활하던 저자는 어느 날, 내면에 남아 있던 참자아마저 사라져버리는 체험을 겪는다. 그리고 자아가 사라져버린 그곳엔 소름끼치는 공허만이 남아 있었다.

이 책을 쓴 버나뎃 로버츠(Bernadette Roberts, 1931~)는 그리스도교 영적 여정에 관한 세 권의 탁월한 저서를 쓴 저자로 알려져 있으며, 서구의 많은 관상 공동체에서 로버츠의 저서들을 필독서로 읽고 있다. 특히 이 책 《어느 관상수도자의 무아체험》(The Experience of No-Self, 1982)은 그녀의 첫 작품이며, 그리스도교인 뿐 아니라 영적 수행에 관심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했다.

하느님과의 일치 이후 겪은 체험
 버나뎃 로버츠는 193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으며 어린시절부터 신비체험을 가졌던 것으로 자신의 저서들에서 밝히고 있다. 10대 후반에 수녀원에 들어가 9년간 수도생활을 했으며, 자신이 하느님과의 ‘일치’에 들어섰음을 확신한 후 자신이 배운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또한 삶의 문제들을 사람들과 함께 껴안고자 세상으로 다시 나왔다. 이후 그녀의 인생여정은 소위 명상수행에 대한 책을 쓴 저자로서는 다소 특이하다고도 할 수 있다. 교육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결혼을 해 네 아이를 양육했으며, 유치원, 고등학교, 대학 등 다양한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관상기도 생활을 계속했고, 수녀원을 떠난 지 20여 년 후에 뜻하지 않은 일련의 체험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교 영적 여행의 마지막 단계
2년간 계속된 이 경험들 속에서 그녀는 일치 그 자체가 사라지고, 그와 함께 자아도, 하느님도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의 경험들을 확실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전거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그 어떤 상세한 기록이나 지침을 찾을 수 없자 결국 모든 것을 그대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그 길이 이끄는 대로 내맡기며 따라가게 된다. 동시에, 그에 대한 기존의 문헌이 거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치밀하고도 상세하게 그 여정을 기록해나간다. 그리고 자신이 다다른 곳이 그리스도교를 벗어난 전혀 다른 곳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영적 여정의 마지막 단계이며, 다만 여러 사정들에 의해 이곳에 대해서 철저히 가려져 있었음을 깨닫고 나서 일기를 정리한 것과 몇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한 고찰을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다 비워버린 내 안에서 만난 하느님
 이전의 관상가들은 대체로 하느님과의 신성한 일치를 그리스도교 영적 여정의 최종 단계로 묘사했기 때문에 신성한 일치 안에서 누리는 마음의 평화와 고요, 모든 부정적 심리요소들이 사라짐, 황홀경 등의 신비체험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고, 이것이 어떤 면에선 수행자들(독자)로 하여금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안주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헌데 버나뎃 로버츠는 일치 역시 변하고 사라지는 것이며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관문에 들어서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기, 즉 인간으로서 가진 모든 요소들을 활용하고, 검증하고, 바닥까지 비워냄으로써 온전히 하느님만 남으시도록 준비하는 시기라는 면에서 의미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로버츠의 저작들이 일관되게 지니는 목적은 그리스도교의 영적여정을 보다 더 넓은 맥락 안에서 상세히 조명함으로써, 그 길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이정표들을 제시하여 그들이 더 깊은, 새로운 변형에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한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직접경험과 그것에 대한 사색의 결과를 치밀하고 분석적인 언어로 기술하고 있는데, 이 점에서 로버츠는 다른 작가들과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내면이 비어 있다는 기쁨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나는 텅 비어 있는 내 안을 관조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그 기쁨을 되돌리려 했다. 자아의 중심이 사라진 대신 거기에 남은 텅 빔, 고요, 기쁨이 바로 하느님 당신이리라 믿었다. 그래서 그날도 그 기쁨을 만끽하고자 조용히 앉아 내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즉시 텅 빈 공간이 확장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급격한 확장이라서 마치 폭발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백층짜리 빌딩에서 초고속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명치에서 들었다. 이렇게 추락하는 동안, 살아 있다는 감각이 모두 내게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바닥에 닿았다고 느낀 순간, 나는 개체적 자아가 없는 곳에는 인격적 하느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 둘이 항상 동행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둘이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도무지 알아낼 수 없었다.

갑자기 내 주위의 모든 생명이 완전히 멈추었음이 느껴졌다. 어디로 고개를 돌리든 생명이 느껴지는 대신 소름 끼치는 공허(無)가 엄습했다. 공허는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은밀히 잠식해가는 공허에 의해 온 세계는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었고, 숨이 끊어지려는 순간의 마지막 헐떡임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생명이 갑작스레 뒤로 물러난 대신 그 자리엔 죽음, 죽어가는 것들, 혹은 쇠락의 풍경만이 남았고 이것은 너무나 무시무시하고 소름끼치는 광경이라 나는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 내 몸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나는 속으로 절규했다.

언제 이 무시무시한 것이 사라져버렸는지는 모른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내가 깨달은 것은 아무런 육체적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는 깊은 정지였다. 조금 있다가 나는 내가 30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피어 있는 조그마한 노란 들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마도 뭔가가 내 고개를 옆으로 돌린 것이 틀림없으리라. 이 순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이때의 ‘봄’은 절대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렇게 말해보자. 꽃이 웃었다. 꽃은 마치 전 우주로부터의 환영인사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 강렬한 미소에도 내 ‘눈’의 빛은 꺼지지 않았고, 이전처럼 몸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뒤로 돌지도 않았다. 드디어 나는 그 엄청난 강렬함을 견딜 수 있게 된 것이다.


차례

용어해설

 서론

 제1부 여행
1장 자아가 사라지다
2장 하느님은 어디에
3장 숲 속의 삶
4장 하나임을 응시하는 눈
5장 문틈이 벌어지다
6장 소름끼치는 공허와의 만남
7장 대협로에 접어들다
8장 무아에 적응하다
9장 '함'으로서 존재하기
10장 삼위일체의 미소
11장 선로 위에서 균형을 잡다
12장 여행은 끝없이 계속된다

 제2부 후기
13장 질문과 해명
14장 고요한 마음
15장 그리스도와 부활
16장 자아

 결론

 지은이 버나뎃 로버츠에 대하여


지은이 버나뎃 로버츠
193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고, 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어린시절부터 신비체험을 가졌던 저자는 10대 후반에 수녀원에 들어가 9년 동안 수도생활을 했다. 이후 다시 세상으로 나와 결혼도 하고 네 아이를 키우고 있다. 생활인으로 돌아와서도 저자는 꾸준히 관상기도를 해왔고, 그러던 와중에 자아自我마저 잃어버리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체험을 기록한 내용이다.  
 
옮긴이 박운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한양대학교에서 영어교육학을 전공했고, 동국대학교에서 인도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에 인도로 건너가 북인도 다람살라에 머물며 책을 읽고 명상을 하는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