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거나 반짝이는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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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옮긴이)  
김진묵 지음
카테고리
비소설
펴낸날
2007.06.08
쪽수
320p
가격
10,000원



김진묵에게는 지식인들이 갑옷처럼 걸치고 다니는 오만과 편견이 없다. 따라서 그는 동서고금의 모든 음악을 사랑한다. 그가 보는 관점에 의하면 하나의 존재는 하나의 음악이다. 하늘에 존재하는 것들도, 바다에 존재하는 것들도, 과거에 존재하는 것들도, 미래에 존재하는 것들도, 모두 아름다운 음표들로 흔들리거나 반짝거린다.
― 이외수(소설가)


까보니즘―. 음악평론가이자 음악감독인 김진묵이 새로이 세상에 내놓은 독창적인 음악 창조방식. 아니 ‘뮤직’이라기 보다는 ‘사운드 댄스’에 가까운 그 무엇. 이 책에는 고등학교 일학년 때 어두운 음악감상실 안을 유영하는 피아노 소리에 문득 ‘음악이란 소리가 까부는 것’에 다름 아님을 알아버린 한 소년이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이성 사이를 오가며 살아온 40여 년간의 추억과 단상이 잔뜩 담겨 있다. 이 세상은 까불대는 소리들의 희롱, 또는 흔들리거나 반짝이는 삶의 유희로 가득하다. 음악이라는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작은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만족하는 이 범상치 않은 음악평론가의 이야기에, 우리는 함께 웃고 울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눈에 이슬이 맺힌다. 늦은 가을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행위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을의 아픔이 심해진다. 숭호 녀석에게 전화를 했다. 녀석 왈,
‘형! 그게 시심(詩心)이라는 거야.’
뜻밖의 대답이다. 녀석과 전화를 끊은 후 어머니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말씀은 더욱 뜻밖이다.
‘그랴……. 너도 이제 늙는구나.’

***
‘그대는 소리를 얼마나 하는고?’
주인어른이 소리꾼에게 묻는다. 소리꾼은 부채를 들고 건너편 산자락에 보이는 무덤을 가리킨다.
‘내 저기 있는 비석을 울려보겠소.’
대단한 자존심이다. 돌로 만든 비석을 울려보겠다는 허풍은 자기 예술에 대한 긍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요즘의 우리 음악에는 자부심과 긍지가 없다. 비즈니스라는 자본주의 논리뿐이다.

 ***
왜 우리 음악은 서양음악처럼 신동이나 천재의 접근을 불허할까? 결국 그 답을 얻었다. 서양 악기소리는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는데 우리 악기는 바람을 타고 오는 그 차이점에 실마리가 있었다.

 ***
장화를 벗고 벽난로 앞에 서서 젖은 바지를 말린다. 영화 <닥터 지바고>의 사운드트랙을 들으며 시베리아 벌판의 설원을 연상한다. 오늘 하루 종일 눈 속을 헤매었던 것과 오버랩되어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더니 ‘선생니임, 거기 눈 많이 왔죠? 여기도 눈이 많이 와요. 이럴 때는 어떤 음악이 좋아요?’ 눈이 이쁘다고 했더니 콘택트렌즈 낀 눈이라며 배시시 웃던 C양이다. 대학로 카페에서 눈 내리는 거리를 보며 친구들과 앉아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을 하나 추천해달란다. 나는 즉시 영화 <러브스토리> 사운드트랙 앨범을 추천했다. <러브스토리>의 눈은 도시의 눈이고, <닥터 지바고>의 눈은 산악과 설원의 눈이다. 음악은 그에 맞는 때와 장소가 있다. 음악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한다.


차례/내용요약

 제1부
 유년기에서 청년기에 이르는 시기에,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양한 음악이 내게 쏟아져 들어왔다. 벤쵸스 악단과 비엔나 소년합창단과 바그너와 진도 씻김굿과 올맨 브라더스 밴드와 엔리오 모리코네와 이미자와 존 콜트레인이 항상 내 곁에 있었다. 그들이 내 곁에 있는 한, 내 정신은 항상 각성상태에 있었다. 그로 인해 청소년기의 내 삶은 온통 오르가슴 상태였다.

제2부
 지구의 중력, 삶의 무게. 남자 나이 서른아홉, 어린 나이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무게에 눌려 있음을 본다. 그 세상사 속에는 나도 들어 있다. 과연 무엇이 중요한 것이고 무엇이 버려야 할 것인가? 어느 날, 지하철 창에 비친 내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무작정 가난한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 강원도 산골에 거처 하나를 마련하고, 발길이 닿는 대로 인도, 유럽, 아프리카 등 지구촌 여러 곳과 국내의 방방곡곡을 흘러 다녔다. 그리고 10년 후, 더욱 깊은 산골에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제3부
 내 특기는 새로운 음악을 세상에 소개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외국에 있는 음악을 소개했는데 이 짓(?)도 오래하니 재미가 없어졌다. 어린 시절 내가 서양음악에 심취했듯 세계인들이 우리 혹은 동양의 정서가 담긴 음악을 즐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지금까지 효(孝)를 다룬 서양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껏 지구촌의 주류음악이라고 믿어왔던 서양음악이 다루지 못한 부분은 한없이 많다. 미래란 항상 개척해야 할 미지로 남기 때문에 ‘내일이 있는 한’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것이 바로 예술가들이 개척하고, 창조해야 할 부분이다.


차례

제1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베토벤 초상화 뒤에 숨어 있는 것은
 풍금소리가 교실에 메아리칠 때
 발광체, 어두운 공간을 유영하는
 하늘은 푸르고 실바람도 불어와
 너희가 빽판을 아느냐?
도시의 불빛과 여인의 보칼리즈
 예수님처럼 머리를 기른 사내가
 타향살이 몇 해던가
 바람에 스치는 대금소리
 줄라이 모닝
 푸른 지평선을 향해 느린 화면으로
 샤미센 가락의 아리랑
 윤이상과 이미자의 진실
 나는 놈 밑에 쏘는 놈
 아이사타에의 기억
 두려운 미래
 비를 기다리는 남자
 커다란 개가 낄낄 웃었다
 바닷가 자갈밭, 내 생애 최고의 음악적 감동
 내 저기 있는 비석을 울려보겠소
 긴 시간인가 짧은 시간인가, 10분이……
허공에 얼어붙은 황금빛 음악
 지구상 가장 큰 음악소리
 꼬꼬꼬... 닭이 듣는 음악
 중앙통제식 음악 공급 방식의 허와 실
 벌거벗은 임금님
 풀지 못한 하나의 숙제
 에릭 사티는 가난을 사랑했다

 제2부
 땡큐! 천국이여
 잠시 침묵 그리고 갈채가 쏟아졌다
 엄마 구름 아기 구름 정답게 가는데…
꼬끼오! 클래식 바보, 재즈 바보
 구더기로 가득 찬 뇌(腦)
예술처럼 얄팍한 것 말고 똥 같이 경건한
 황금빛 추억을 남기고 흘러간 시간
 매미가 우는 교정
 어둠 속 밤나무에서 들려오는 아란페즈
 시베리아와 대학로에 내리는 눈
 당신 삶은 음악이 아니란 말인가?
달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잠들다
 마늘 심은 날
 작은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이지만
 소나무 가지에 떠오르는 보름달도
 오줌을 누며 별들의 노래를 듣나니
 바람에 우는 아쟁소리

 제3부
 하늘의 명을 받던 날
 까보니즘 음악을 들어보셨나요
 숲 속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음악이 날아오르는데
 예술로 승화되는 축적된 정보
 산조의 정신 : 긴장의 미학과 허허로움의 미학
 트로트 : '숙명'이라는 이름의 DNA 프로그램
 재즈 : 섬머타임, 슬프디 슬픈 거짓 자장가
 월드뮤직 : 타이완 산간지역에 8성부 종족음악이 있다
 뉴에이지 음악 : 인류의 음악적 패러다임의 변화
 다양한 창조 방식 I : 얻는 음악, 흐르는 음악
 다양한 창조 방식 II : 모든 소리를 저장 후 클릭
 다양한 창조 방식 III : 무심하게 흘러가는 음악
 실험예술 : 외로움 속의 진화과정
 전위 : 목소리의 마술사 메레디스 몽크(Meredith Monk)
미궁, 그리고 20년의 세월
 내가 사랑에 빠진 세 여인

 부록
 홀로 집을 짓다
 책 본문에 언급되는 음악 혹은 음악가들



지은이 김진묵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하고 음반기획자, 공연연출자, 음악감독, 클래식-재즈 평론가이자 강사로서 활동해왔으며, 세계 각지의 음악인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개념의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김진묵이 음악감독으로서 주축이 된 한국과 인도의 월드퓨전 그룹 ‘쌍깃프렌즈(2002년 결성)’와 세계평화를 위한 월드뮤직 그룹 ‘조화로운 지구’(Earth Concerto: 한국, 인도, 이란, 이라크, 유태계 모로코 인으로 2005년 결성)의 음반은 그 독창성과 음악성을 높게 인정받는다. 2006년에도 ‘우다이푸르 카말 어린이 합창단’을 창단하여 한국의 불교음악을 새롭게 해석하는 등 꾸준히 다양한 음악을 기획하고 있으며, 음악활동 이외의 시간에는 춘천 소양호변 두메에 자신이 지은 오두막에서 농사를 지으며 지낸다. 저서 《세계명상음악순례》《이상한 과일》《명상》과 역서 《가스펠, 블루스&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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