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옮긴이) | 송언 지음 |
카테고리 | 소설 |
펴낸날 | 1997.10.06 |
쪽수 | 334p |
가격 | 6,500원 |
《운명의 문》은 역학이라는 소재를 문학적으로 소화해낸 최초의 소설이다. 물론 그동안 역학을 소재로 한 소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화수의 《소설 주역》(선영사), 김승호의 대하소설 《주역》(선영사), 최지우의 《주역살인사건》(밝은세상) 등이 최근 3~4년 사이에 출간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운명의 문》은 역학에 대한 접근이 진지하고 객관적이며, 문학적으로 승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작품들과 뚜렷이 구별된다.
김화수의 《소설 주역》은 문학적으로 독립해 있다기보다는 역학 학습을 위한 도구에 더 가깝고, 김승호의 《주역》은 역학의 분위기를 빌어 현실의 기반이 전혀 없는 가공의 세계를 그리는 데 치중하고 있으며, 최지우의 《주역살인사건》은 엄밀히 말해 작품 전개와 역학이 유기적인 관계가 없는 단순한 범죄소설에 머무르고 있다.
현실생활과 밀착되어 있는 구도 설정과 상황 전개로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있는 점도 《운명의 문》이 기존의 역학소설들과 구별되는 면이다. 이러한 리얼리티는 상당 부분 작품의 주인공이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해서 창조되었다는 데서 기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등장인물도 모두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사실적 인물들이어서, 《운명의 문》은 ‘역학소설’이기 이전에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을 다룬 인간드라마로 읽힌다.
기구한 인생역정을 거친 끝에 역학 연구자가 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이 소설은, 주인공 주변에 직장 동료·연인 등 역학과 전혀 무관한 인물을 배치하는 한편, 주인공 가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기승(奇僧)과 역학에 해박한 거사(居士) 등을 등장시킴으로써 흥미로운 현실의 에피소드와 역(易)의 개념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전개되도록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작가는 역(易)이 운명의 추이를 읽고 진로를 찾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인정하는 쪽에 서지만, 성급히 그것을 신비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역학은 곧 인간을 위한 학문이어야 한다는 입장에 서서, 상행위에 몰두하는 일부 역술인의 작태에 비판을 가한다.
역(易)의 기원에 관한 독특한 주장과 천부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역(易)의 기원에 관한 보편적 견해에 반기를 드는 작가의 독특한 주장도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요소의 하나다. 요컨대 역학은 중국민족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조상인 동이족의 사상이요 학문이었다는 것.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작가가 제시하는 근거가 만만치 않다.
주역(周易), 곧 주나라의 역이 역의 정통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작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 하대(夏代)와 은대(殷代)에 연산역(連山易)과 귀장역(歸藏易)이 있었고, 이것이 주(周)에 이르러 발달한 것임에도,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그 출발점을 주(周)로 삼았다는 것이 현재 정설화되어 있는 주역 성립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하(夏)와 은(殷)의 주체세력이 동이족이었다는 주장과 이를 연결시키면, 곧 주역 이전의 역은 동이족의 창안물이란 결론이 나온다.
또, 역이 한갓 점서(占筮)의 형태로만 존재하다가 전국시대 말기에 공자가 역전(易傳)을 완성하면서 비로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역경(易經), 곧 주역으로 제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인식되고 있는데, 여기에도 모순이 있음을 지적한다. ‘전(傳)’이란 ‘경(經)’을 해석한 자료물을 가리키는 용어인 만큼, ‘전’이 성립함으로써 ‘경’이 성립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자 이전에 이미 ‘경’이 존재했거나, 최소한 역 자체에 ‘경’으로서의 정신과 내용이 담겨 있었어야 옳고, 연산역이나 귀장역이 바로 그 구실을 했으리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지어, 작가는 마왕퇴 고분에서 역학에 관한 방대한 백서(帛書) 자료가 출토되었음에도 중국이 그 자료를 한사코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 이면에는 누대에 걸친 거대한 역사왜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역의 창안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중국사의 정통성을 근본부터 흔들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특히 역이 함축하고 있는 사상적 특성과 우리 민족의 고유사상 간의 합일점을 제시하면서 천부경(天符經)에 주목한다. ‘우주의 비밀을 담은 민족 최고(最古)의 경전’ 혹은 ‘해석 불가능한 비문(非文)’이라는 논란을 빚고 있는 천부경이 실은 역(易) 사상의 진수를 담고 있는 경전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역(易)의 논리에 입각해서 펼쳐지는 이 작품 속의 천부경 해석은 지금껏 나온 해석 중 가장 정연하고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평가된다.
차례
풍화가인
아버지의 수기
퇴계
마음의 북쪽
모산거사
신비의 문
무당
어떤 술사
월정사
필연
역의 비밀
삼신산
사람의 역
닫힘
작가 후기
지은이 송언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과)을 졸업하고, 197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수국에게」가,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그 여름의 초상』이 당선하여 문단에 나왔다. 그동안 소설집 『인간은 별에 갈 수 없다』(세계사), 연작소설 『신악동전』(웅진출판), 장편소설 『겨울 초상』(문학과 비평사), 『천궁거사』(현암사), 『사람을 그린 사람』(중앙일보사), 어린이 역사소설 『고구려』(우리교육) 등을 내었으며, 중편『인도로 가는 바다』(문예중앙), 단편『사람의 마음』(작가세계)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현재 '0.9평의 작업실'에서 창작에만 전념하고 있다.
김화수의 《소설 주역》은 문학적으로 독립해 있다기보다는 역학 학습을 위한 도구에 더 가깝고, 김승호의 《주역》은 역학의 분위기를 빌어 현실의 기반이 전혀 없는 가공의 세계를 그리는 데 치중하고 있으며, 최지우의 《주역살인사건》은 엄밀히 말해 작품 전개와 역학이 유기적인 관계가 없는 단순한 범죄소설에 머무르고 있다.
현실생활과 밀착되어 있는 구도 설정과 상황 전개로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있는 점도 《운명의 문》이 기존의 역학소설들과 구별되는 면이다. 이러한 리얼리티는 상당 부분 작품의 주인공이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해서 창조되었다는 데서 기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등장인물도 모두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사실적 인물들이어서, 《운명의 문》은 ‘역학소설’이기 이전에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을 다룬 인간드라마로 읽힌다.
기구한 인생역정을 거친 끝에 역학 연구자가 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이 소설은, 주인공 주변에 직장 동료·연인 등 역학과 전혀 무관한 인물을 배치하는 한편, 주인공 가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기승(奇僧)과 역학에 해박한 거사(居士) 등을 등장시킴으로써 흥미로운 현실의 에피소드와 역(易)의 개념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전개되도록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작가는 역(易)이 운명의 추이를 읽고 진로를 찾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인정하는 쪽에 서지만, 성급히 그것을 신비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역학은 곧 인간을 위한 학문이어야 한다는 입장에 서서, 상행위에 몰두하는 일부 역술인의 작태에 비판을 가한다.
역(易)의 기원에 관한 독특한 주장과 천부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역(易)의 기원에 관한 보편적 견해에 반기를 드는 작가의 독특한 주장도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요소의 하나다. 요컨대 역학은 중국민족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조상인 동이족의 사상이요 학문이었다는 것.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작가가 제시하는 근거가 만만치 않다.
주역(周易), 곧 주나라의 역이 역의 정통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작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 하대(夏代)와 은대(殷代)에 연산역(連山易)과 귀장역(歸藏易)이 있었고, 이것이 주(周)에 이르러 발달한 것임에도,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그 출발점을 주(周)로 삼았다는 것이 현재 정설화되어 있는 주역 성립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하(夏)와 은(殷)의 주체세력이 동이족이었다는 주장과 이를 연결시키면, 곧 주역 이전의 역은 동이족의 창안물이란 결론이 나온다.
또, 역이 한갓 점서(占筮)의 형태로만 존재하다가 전국시대 말기에 공자가 역전(易傳)을 완성하면서 비로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역경(易經), 곧 주역으로 제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인식되고 있는데, 여기에도 모순이 있음을 지적한다. ‘전(傳)’이란 ‘경(經)’을 해석한 자료물을 가리키는 용어인 만큼, ‘전’이 성립함으로써 ‘경’이 성립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자 이전에 이미 ‘경’이 존재했거나, 최소한 역 자체에 ‘경’으로서의 정신과 내용이 담겨 있었어야 옳고, 연산역이나 귀장역이 바로 그 구실을 했으리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지어, 작가는 마왕퇴 고분에서 역학에 관한 방대한 백서(帛書) 자료가 출토되었음에도 중국이 그 자료를 한사코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그 이면에는 누대에 걸친 거대한 역사왜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역의 창안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중국사의 정통성을 근본부터 흔들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특히 역이 함축하고 있는 사상적 특성과 우리 민족의 고유사상 간의 합일점을 제시하면서 천부경(天符經)에 주목한다. ‘우주의 비밀을 담은 민족 최고(最古)의 경전’ 혹은 ‘해석 불가능한 비문(非文)’이라는 논란을 빚고 있는 천부경이 실은 역(易) 사상의 진수를 담고 있는 경전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역(易)의 논리에 입각해서 펼쳐지는 이 작품 속의 천부경 해석은 지금껏 나온 해석 중 가장 정연하고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평가된다.
차례
풍화가인
아버지의 수기
퇴계
마음의 북쪽
모산거사
신비의 문
무당
어떤 술사
월정사
필연
역의 비밀
삼신산
사람의 역
닫힘
작가 후기
지은이 송언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과)을 졸업하고, 197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수국에게」가,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그 여름의 초상』이 당선하여 문단에 나왔다. 그동안 소설집 『인간은 별에 갈 수 없다』(세계사), 연작소설 『신악동전』(웅진출판), 장편소설 『겨울 초상』(문학과 비평사), 『천궁거사』(현암사), 『사람을 그린 사람』(중앙일보사), 어린이 역사소설 『고구려』(우리교육) 등을 내었으며, 중편『인도로 가는 바다』(문예중앙), 단편『사람의 마음』(작가세계)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현재 '0.9평의 작업실'에서 창작에만 전념하고 있다.